*Corresponding author 식물병리학은 식물병의 원인, 예방, 진단, 관리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식물 건강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최근 식량 안보 위기, 이상 기후, 외래종 유입 등으로 인해 식물 건강과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현하는 것이 21세기 식물병리학 연구자들에게 주어진 도전과 과제이다. 식물병리학 연구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과제는 기주 식물에 대한 병의 이름을 정하고 그 병원체를 규명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한국식물병리학회는 2009년부터 식물병명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식물병명 및 식물병과 관련된 용어를 심의하고 결정하도록 하였다. 그 후 식물병명심의위원회를 통해서 한국식물병명목록이 관리되었고, 2022년 한국식물병명목록(이하 목록) 6판이 출판되었다(The Korean Society of Plant Pathology, 2022).
목록 6판의 출판은 한국의 식물병리학 역사에서 중요한 변화의 시점이다. 왜냐하면 이때부터 ‘온라인 한국식물병명목록’(이하 ‘온라인 목록’)이 동시에 공개되었기 때문이다(The Korean Society of Plant Pathology and National Institute of Agricultural Sciences, 2024). 온라인 목록은 한국식물병리학회와 국립농업과학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로서 이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한 것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식물병명 자료에 대한 접근성과 개방성의 향상이다. 기존에 병명을 확인하는 것은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만 연결되면 접근할 수 있으므로 연구자뿐 아니라 학생, 농업 및 임업 관계자, 기업 관계자, 정책 결정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모두가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보를 만드는 데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신규 병명의 추가와 기존 병명의 수정에 대해서 누구나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온라인 목록의 ‘병명 수정과 기타 제안 사항’ 게시판을 통해 제안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온라인 목록의 도입을 통해 식물병명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였고, 정보 수정과 추가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투명하고 개방적인 정보 관리 체계를 구축하였다.
둘째는 빠른 업데이트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병명 제공이 가능한 점이다. 새로운 병원균이나 식물병에 대한 정보가 발견될 때, 이를 신속하게 업데이트하여 사용자들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1972년 한국식물병·해충·잡초명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판된 이후, 2022년 목록 6판이 출판될 때까지 약 50년 동안 총 6번의 출판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략 8-9년에 한 번씩 업데이트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The Korean Society of Plant Pathology and National Institute of Agricultural Sciences, 2024). 식물병명심의위원회는 2023년 업무메뉴얼 제정을 통해 매년 1회 신규병에 대한 병명을 심의하여 데이터베이스에 반영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2023년에 한국식물병리학회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인 1년 만에 신규 병을 업데이트하여 온라인 목록에 반영하였다(Kim 등, 2023). 2024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온라인 목록을 업데이트하고 추가로 PDF 형식으로 6.2판을 발행하고자 한다. 이것은 새로운 식물병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고 잘못된 정보를 정확하게 수정하는 체계가 갖추어 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더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는 의의가 있다.
셋째는 다른 데이터베이스와의 연결 및 확장이 가능한 점이다. 목록에서는 기본적으로 기주식물명, 병명, 병원체명, 참고문헌 정보를 텍스트 형태로 제공된다. 온라인 목록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기본적인 정보 이외에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병명 정보를 바탕으로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병징 사진을 가져와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식물병 사진’ 게시판에 사용자들이 올린 사진들이나 ‘농작물 병발생 스토리 경진대회’ 참가자들이 올린 사진들도 식물병명심의위원회의 검토 및 승인 과정을 거쳐 제공되고 있다. 병원체명 정보는 국립농업과학원의 ‘농업미생물은행’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어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분양 가능 여부, 배지 및 배양 조건, 배양 사진, 염기서열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기주 식물명 정보는 국립생물자원관의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어 표본 및 분양 정보, 사진, 분포, 생태 정보 등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문헌 정보는 각 저널의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어 초록이나 본문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 목록이 책의 형태로 사용자들에게 단순히 텍스트 정보만 제공하던 것에 비해서 온라인 목록은 다양한 미디어 및 다른 데이터베이스와의 연결을 통해서 더 자세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의 연결을 통해 다양한 연구기관 간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고 식물병 자료의 신뢰성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의 식물병리학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본고에서는 목록 6.2판 발행을 위해 진행된 일련의 과정과 결과를 보고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식물병명심의위원회는 2023년에 매년 1회 신규 식물병명을 정리하여 보고하였으며, 2024년에도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신규 병 추가 및 기존 병의 수정 사항을 식물병명심의위원회 분과장 회의를 통하여 검토하고 통과한 안을 전체 위원회에 공지하여 토의를 거쳐 심의위원회안을 만들었다(2024년 3월 15일). 심의위원회안에는 수정 사항이 11건, 신규 병 추가 사항이 84건이었다. 이 안은 한국식물병리학회 제2차 운영위원회에서 수정 없이 확정되었다(2024년 4월 10일). 최종 확정안은 온라인 목록에 반영되었다(2024년 4월 17일).
목록 6.2판의 대상은 기존 목록 6.1판까지 등재되어 있는 기존 병과 등재되지 않은 신규 병을 대상으로 하였다. 기존 병에 대한 수정은 총 11건이 있었다(Supplementary Table 1). 기주와 병원체의 학명 및 이명을 정비한 것이 5건, 참고문헌을 추가하거나 수정한 것이 4건, 기주의 국명을 추가하거나 수정한 것이 2건, 병명을 수정한 것이 2건이었다. 같은 항목에 대한 중복된 처리를 한 건으로 처리하였다. 추가로 목록 6판에는 반영되었으나 온라인 목록에는 누락된 한 건을 확인하였다(Supplementary Table 1). 이것은 6.2판에 추가하거나 수정할 사항은 아니지만, 6.1판의 통계에서 곰팡이가 일으키는 식물병을 4,330가지에서 4,331가지로, 그에 따라 식물병 합계도 6,680가지에서 6,681가지로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목록 6.1판에 비해 목록 6.2판에서 추가할 신규 병은 총 84가지였으며, 병원체 종류 기준으로 곰팡이병 56가지, 세균병 14가지, 바이러스병 12가지, 선충병 2가지였다(Table 1). 신규 병원체 분류군 기준으로는 곰팡이 26종, 세균 7종, 바이러스 6종, 선충 2종 등 총 41종이 증가하였다. 참고문헌은 2023년에 출판된 논문이 86건, 2022년 1건, 2021년 2건을 차지하였다. 기주 식물은 72종으로 다양하였으며, 26개 목에 걸쳐 분포하고 국화목 10종, 장미목 6종, 백합목 6종 등이 우점하였다. 그중 12종은 목록 6.2판에서 새로운 기주 식물로 등록되었다. 목록 6.2판에 추가된 자세한 내용은 Appendix 1에 제공되어 있다. 최종적으로 목록 6.2판에는 1,432종의 기주에, 2,503개 분류군의 병원체가 일으키는 6,765가지 병이 수록되어 있다(Table 1).
Table 1.
Comparison of the 6.1 and 6.2 editions of the list of plant diseases in Korea
목록 6판이 매년 업데이트되면서 2년 만에 6.1판과 6.2판이 나오게 된 것은 한국식물병리학회 회원들과 식물병명심의위원들에게 자랑스럽고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 계단 위로 올라가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광경과 문제를 접하게 되는 것처럼, 온라인 목록이 공개된 뒤로 해결해야 할 많은 도전과 과제들이 생기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출판된 ‘한국식물병명목록과 우리나라 나무병 이름에 대한 소고’에서 앞으로 식물병명심의위원회가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 있다(Cha 등, 2024). 간단히 요약하자면, 어려운 한자어로 되어 있는 병명, 병징을 반영하지 못하는 병명, 작명 기준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병명, 일원화되지 못한 병명 등 표준화된 작명 규칙에 따라 기존의 식물병명을 정비할 필요성이 제안되었다. 이를 위해 식물병에 대한 작명의 규칙을 제시하고, 논문 투고 시 신규 병명 등재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한국식물병리학회 내에서 이와 같은 소중한 제안들이 계속 나오고 또 하나씩 해결되는 과정을 통해 더 신뢰성 높은 목록이 만들어질 뿐 아니라 한국의 식물병리학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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